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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UnitasMATRIX02. 조각의 완성
작성자 ContRoll9 (ip:210.206.14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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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14.03.12 14: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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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에 자연법칙이 존재하듯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것을 법(法)이라 한다. 법은 시대와 구성원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그 변화가 언제나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법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오늘날,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는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과 숙고의 과정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이번에 만난 최유경 님은 법과 사회의 관계를 통찰하고 실험적 과정을 거쳐 국가의 법질서와 체계가 보다 살아 있는 법을 통해 작동하도록 새로운 제도를 창의적으로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미국 UC Berkeley 법대에서 헌법(constitutional law)과 법사회학(law and society)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최근 귀국해,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녀는 특히 입법부, 사법부와 같이 법에 근거해서 운영되는 국가의 체계가 민주주의 이념과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는지, 이러한 시스템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자신의 연구 목적이라고 밝혔다. 듣기만 해도 복잡해 보이는 '법'이라는 거대한 지식 체계로 가득 차 있을 그녀의 머릿속. 그녀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그 생각의 덩어리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것일까?

“노트요. 노트는 제 인생 평생의 ‘동반자’이자 ‘반려자’인 것 같아요.”
 

그녀가 최근 Ideation 노트와 Conceputalization 노트를 즐겨 사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조각을 만든다.


“지난 2년 동안, 난생처음으로 글이 안 써졌어요.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가 공법(public law)적인 영역이다 보니 추상적이고, 범위가 굉장히 넓거든요. 어렵게 생각의 덩어리들을 쪼개더라도 그 생각들이 서로얽혀서 모호하고 막연해지더라고요. 제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엄청나게 거대해서 범위가 얼마나 큰지,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달까요. 일종의 정체기였죠.”


하지만 몇 일 전에 닷새 만에 드디어 논문 하나를 완성했다고 했던 그녀였다. 어떻게?


“사실, 노트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사용해 왔지만, 지난 2년 동안은 생각이 진전되지 않다 보니 노트도 거의 사용하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마음에 꼭 맞는 저만의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는 노트를 찾지 못한 것도 큰 이유였죠. 그러다가 작년 여름, 지인의 선물로 Ideation 노트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사분면으로 나누어진 얇고 심플한 노트였어요. 겉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지금 생각하니 특별함 그 이상이었어요. 노트 사용법을 따로 배운 것은 아닌데, 직관적으로 1사분면 (오른쪽 위)부터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고, 시계 역방향으로 그 생각들을 발전시켜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6개월쯤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아요. 매일 노트를 쓴 적도 있지만, 한동안 손을 대지 못한 적도 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자연스럽게 저의 생각이 문자 그대로가 아닌 '이미지'로 형상화되면서 몇 개의 큰 덩어리들로 나뉘기 시작했어요. 하나의 사분면이 각각 서로 다른 생각의 덩어리로 분화됐죠. 쉴 때나 누워있을 때도 노트에 적었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져서 상상 속에서 노트를 쓰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결국에는 다섯 개 주제로 정리됐고, 필요에 따라서는 다시 합쳐지기도 했다가 또 더 세분화되기도 했어요. 신기했어요! 그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당장 글로 쓸 수 있겠다 싶은 현실적인 주제를 하나 골랐습니다."


“처음에는 함께 선물 받은 Wheel 노트를 도무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일단 주제를 정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Wheel 노트가 생각났어요. Wheel 안에 다루어야 할 논점들을 적고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보았지요. 그리고 Wheel 아래쪽에는 읽었던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는 Reference들을 정리하거나 찾아볼 자료들을 메모했어요.
 

약 2주 동안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가지에 가지를 치고 뻗어 나갔어요. 어느 순간, 그 주제에 대해 생각이 ‘증폭‘하는 걸 경험했어요. 쉴 새 없이 노트에 무언가를 쏟아 놓게 되었지요. 꽉 막혀 있던 생각에 물꼬가 트이는 듯했어요. "
다소 붉어진 얼굴, 확장된 동공, 확신을 말하는 눈빛. 그녀는 진심이었다.

내용을 적으면서 생각들을 단순히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제가 앞으로 완성할 거대한 그림을 위한 크고 작은 ‘조각’들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당장은 수많은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멋지게 완성된 퍼즐이 될 것 같은 기대가 생겼어요. 그 하나하나의 조각을 만든다는 기분으로 유니타스매트릭스를 사용하고 있어요.
 


입체로운 나…나를 나 답게


“저는 평면적인 사람이 아니라, 입체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2차원적인 텍스트 보다는 3차원적인 공간을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정리하는 편이거든요. 가령, 문자 그 자체보다는 그림이나 소리, 화면 등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유니타스 매트릭스랑 저랑 유난히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한동안 제가 하고 있는 연구가 정체되고, 깊은 회의감이 들었었어요. 오랜 침체기였죠. 저에게 맞는 노트를 찾아 수년간 다양한 노트를 사용해 봤지만, 매트릭스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제 안에 숨어 있던 잠재력들이 한꺼번에 폭발하지 못했어요. 매트릭스를 사용하면서부터 제가 저만의 ‘재료’와 '도구'를 가지고 독창적인 예술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어요. 마치 아티스트가 된 것 같은 기분이요.”


 
그녀는 매트릭스를 통해서 한껏 자기다움을 실현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지런히 펼쳐 보인 자신만의 매트릭스 노트들이 더 특별해 보였다.

백지 상태에서 닷새 만에 논문을 한 편을 완결했어요. 평가도 좋게 받았죠. 기대 그 이상이었어요. 물론, 그 전에 긴 시간 고민하고 자료를 읽는 과정도 뒷받침되었겠지만, 이번 논문을 쓰면서 확실히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방대했던 생각들이 매트릭스를 사용하면서부터 아코디언처럼 아주 좁게 압축됐다가 한없이 확장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의식적이 노력이 아니라 노트를 통해 반복했던 생각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있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제 논문의 마지막 2페이지는 각주를 하나도 달지 않은 순전한 저의 생각과 분석이 도출됐어요. 가장 큰 성과였죠. ‘내 안에 무언가가 있구나, 단순히 꺼내지 못했을 뿐이구나….’라는 자신감을 회복했습니다. 전적으로 매트릭스 덕분이에요. 기존의 논문들이 단순한 문제 제기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해 제 논문이 새로운 대안을 거칠게나마 제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학자로서는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어렵게 느껴졌던 학자들의 글을 읽어도 이제는 그 저자의 생각이 Wheel로 그려지고 이해하게 된다는 그녀.


“현재 법학계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아요.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현안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거든요. 하지만 저의 연구는 조금 더 긴 안목과 호흡으로 10년, 20년, 나아가서는 50년, 100년 후를 청사진으로 제시하는 거시적인 연구예요. 가령, 한국의 미래 사법과 법관 임용제도개혁이나 법조인 양성제도와 법학 교육의 문제 등이 그러하죠. 쉽지는 않은 작업이 되겠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과도 다양한 매트릭스 노트들을 함께 활용하면서 더 창의적인 대안을 함께 찾아 나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뭔가 묘안이 나오지 않을까요? (웃음)”


그녀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전보다 괜찮아진 세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입체적인 매력을 가진 그녀가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할수록 그 날은 앞당겨지지 않을까. 유니타스매트릭스가 지금처럼 그녀의 든든한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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